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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024
  •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은이), 강동혁 (옮긴이) | 은행나무 | 2024년 4월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의 어느 시골 마을, 허름한 트레일러 주택에서 소년은 태어났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자인 십대 미혼모 엄마는 집에서 혼자 아이를 낳다가 정신을 잃었고, 엄마의 배속에서 나와 아직 양막에 쌓인 채 그 안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발견한 것은 이웃집의 페곳 아주머니였다. 소년은 DC보다는 마블 - 그중에서 울버린을 가장 좋아했고, 페곳 아주머니의 손자 메곳과 어울렸다. 태어나기 전 사고로 죽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구릿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은 본명인 데이먼으로 불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다.

    라이터스 다이제스트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가’이자 미국 국가인문학훈장 수훈 작가 바버라 킹솔버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19세기의 제도적 빈곤과 그로 인한 아동 학대의 생존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현대 독자의 감성에 맞추어 다시 썼다. 킹솔버는 최악의 난과 위기들이 패키지처럼 펼쳐지는 가운데에서도 결코 신랄한 재치와 생존을 위한 맹렬한 의지를 잃지 않는 데몬의 눈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현대의 ‘진짜’ 가난, 구질구질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 ‘약쟁이한테서 태어난 아이는 약쟁이가 된다.’는 자조적인 독백에도 불구하고, 삶의 위기에 맞서는 데몬에게는 그의 삶을 지켜보게 만드는, 그래서 800페이지가 넘는 책장을 끝까지 넘기게 만드는 거침없는 힘이 있다.

    작가는 말한다. “어두운 곳에서 매일 배고픈 채 깨어나는 아이들, 가난과 약물에 가족을 잃고, 담당관은 계속해서 그들의 서류를 잃어버리며, 투명 인간이 되었거나 투명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너희를 위한 것이다.”

  • 변비 탐정 실룩 3
    이나영 (지은이), 박소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4년 4월 "세계가 주목하는 변비 탐정 실룩,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오다"

    중국.대만.태국으로 판권이 수출되어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명탐정으로 활약중인 변비 탐정 '실룩'과 그의 충직한, 아니 수다쟁이 조수 '소소'가 세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실룩은 사실 흰토끼인데, 과민 대장 증후군을 겪느라 늘 불그스레한 모습이다. 그가 재차 강조하는 수사의 기본 조건은 세 가지. "잘 보고, 잘 듣고, 잘 누자!"

    이번 편의 배경 장소는 놀이공원이다. 달콤하게 재밌다는 '꿀랜드'의 운영자 피기 씨는 실룩 탐정 사무소에 방문하여 사건 해결을 의뢰한다. 퍼레이드 배우 오디션에 지원한 늑대 보드레 씨가 자신을 탈락시킨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기 위해 꿀랜드에 몰래 숨어 있다가 손님들을 겁주고 있다며 그를 잡아달라는 것. 부탁받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실룩과 소소는 꿀랜드에 방문해 탐문 수사를 시작한다. 과연 보드레 씨는 위험한 늑대일까?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변비 탐정 실룩> 이야기는 시리즈로 이어지지만, 권마다 각기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어서 1권부터 읽을 필요는 없고, 마음 동하는 표지를 선택해 읽으면 된다. 이번 표지는 지금까지 출간된 3권 중 가장 눈에 띈다. 붉은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는 실룩이 흰토끼로 변하는 순간(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면 어찌나 통쾌 상쾌한지. 이번 편도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 질병 해방
    피터 아티아, 빌 기퍼드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부키 | 2024년 4월 "정희원 교수 강력 추천"

    "99881234!" 작년에 노년층 사이에서 한창 유행했던 건배사다. 99세까지 팔팔(88) 하게 살다 1,2,3일만 아프고 죽(死)자는 뜻이란다. 쌩쌩하게 오래 살다 고통 없이 죽기, 대부분의 사람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가장 큰 범위의 목표일 것이다. 이것은 스탠퍼드 의대의 장수 의학 권위자인 저자, 피터 아티아 박사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25년 연구의 내용을 갈무리하여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사용 설명서를 만들었다. 바로 이 책이다.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그는 현대 의학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느낀다. 왜 의학은 병 진단을 내린 후 사후 대처를 하는 방식에만 집중하는가. 그것은 오늘날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인 노화, 노화에 따른 만성 질병에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노화에 의한 만성 질환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에서 징후가 시작되고 쌓이다 뒤늦게 가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의학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운동, 식단, 수면, 정서 건강 등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최적화하는 전술과 대처법이다. 단어 하나하나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에서 매번 나오는 것들이라 김이 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뻔하지 않다. 저자가 전문적인 연구 결과로 뒷받침하며 들려주는 이 요소들의 중요성과 개인별 최적화라는 특이점은 우리의 올바른 생활 방식을 긴장하고 점검하도록 만든다. '저속 노화'의 전도사 정희원 교수를 비롯하여 국내의 여러 명의들과 오프라 윈프리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 율의 시선
    김민서 (지은이) | 창비 | 2024년 4월 "율의 시선을 따라가면"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의 신발 뒤축을 자주 본다. 걸음걸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신발의 모양은 다 다르다. 그 뒤축은 신발과 또 다르다. 가장자리가 닳아 있거나 세월에 따라 해어진 가죽과 천들... 모르는 사람의 신발 뒤축만 보아도 꽤나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타인과 절대 눈을 맞추려 하지 않으며 친구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는 '안율'도 비슷하다. 꽁꽁 숨겨 왔던 상처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사람의 발만 보는 아이. 어느 날 자신을 북극성이라 부르라는 '이도해'를 만난다. 어쩐지 이 애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도해와 안율은 다른 듯 비슷하게 특이하고 이상하니까. "비정상이라는 말이 그리 좋은 뜻이 아닌데도 이도해는 그 단어를 꼭 칭찬처럼 내뱉"는다.

    백온유 작가는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며 추천사를 남겼다. 읽다 보면 율이처럼 시선이 바닥에서 하늘까지 올라가는 걸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5.102024
  • 당근 할머니
    안녕달 (지은이) | 창비 | 2024년 5월 "할머니와 함께 배부른 하루"

    엄마의 고향은 내가 살고 있는 경기도의 한 도시와는 아주 멀었다. 나의 엄마는 혼자서 연년생 아이 셋을 데리고 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 수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자기의 고향 집으로 갔다. 간이역 수준의 작은 역에 내려 또 택시를 타고 엄마의 엄마를 보러 간다. 여름방학, 딱 1번 엄마와 함께 하는 기차여행의 끝은 "우리 똥강아지들!" 하며 우리를 맞이하는 할머니다. 세 명의 똥강아지들은 육지에선 보지도 못한 소라와 맛조개를 먹는다. 평소에 먹지 못했던 탄산도 마셔본다. 뒤뜰 염소가 풀을 뜯어 먹는 걸 구경한다. 할머니에게선 할머니만의 냄새가 났다.

    엄마 아빠가 멀리 결혼식에 가는 날, 아기 돼지는 교외에 있는 당근 할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낸다. 당근 할머니는 돼지 손주를 반갑게 맞이한다. 할머니가 키운 블루베리, 복숭아, 해바라기씨도 마음껏 먹고 오일장 구경도 간다. 당근 할머니 친구들은 돼지 손주가 쑥 커버린 모습에 놀라워하고 반가워한다. 엄마 아빠 몰래 먹으면 안 되는 단 과자도 같이 먹는다. 웃음이 멈출 틈이 없다. 배가 빵빵하게 오른 돼지 손주는 잠도 푸지게 자고 엄마 아빠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모두들의 유년의 한 조각씩 자리하고 있을, 포근한 미소의 할머니.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 '네가 그 집 손주냐며' 반색하는 동네 사람들의 머리 쓰다듬. 아이를 환대하고 반기는 따뜻한 마음들이 <당근 할머니>에 꾹꾹 담겨있다. "할머니가 키운 건 다 튼튼" 하니까, 우리 모두 튼튼하다.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은이) | 문학동네 | 2024년 5월 "출격, 화제의 소설가 김기태의 시작"

    2024년 드디어 출격하는 김기태 첫 소설집. 김기태는 2024년에도 <보편 교양>으로 젊은작가상을, <팍스 아토미카>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문장 웹진 연재 당시 SNS 등에서 화제가 되어 이 소설로 이 작가를 이미 알고 있는 눈 밝은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게 될 작가, 김기태의 세태소설이 도착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유구한 2인조의 사례를 굴비 엮듯 엮어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쏜다. 인터내셔널의 설계자 마르크스와 엥겔스, 함께 '위 아 더 월드'를 작곡한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컨츄리꼬꼬와 다이나믹듀오를 지나 우리가 알게 될 2인조가 있다. 서울 동북부의 한 중학교에서 권진주와 김니콜라이는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가 같아 서로를 알게 됐다. 취약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마트 직원이 된 권진주와 러시아 이민자 4세대로 태어나 공장 노동자가 된 김니콜라이는 경기도 동남부의 한 도시에서 정착해 성인이 된 후 서로를 자세히 알게 된다. 가성비 좋은 식당을 다니고, 펭수 이모티콘을 주고 받으며, '좀 치네?', '오히려 좋아' 같은 동시대의 말을 쓰는 이 사람들도 인터내셔널의 설계자들만큼이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인 독보적인 2인조라는 것을 납득할 때 즈음,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이 뭉클하게 새어 들어온다.

    어떤 코미디에는 웃을 수 없다. 강자를 놀리는 건 풍자지만 약자를 조롱하는 건 폭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표준에서 벗어난 외모, 소외된 거주지, 특이한 취향 등을 이유로 놀림받을 때 그 웃음소리들 사이에서 표정을 굳히는 당신이라면, 꼭 나처럼 '입미진오'(입가에 미세한 진동도 오지 않는다의 줄임말)인 사람과 눈이 마주치길 기다린 당신이라면 반드시 이 소설의 개그 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스스로 출연한 사랑스러운 여성 '맹희'의 롹스피릿이 가득한 <롤링 선더 러브>와 외국소설의 기척이 느껴지는 소설 <전조등>등 각 작품 간 간격이 다채로워 꼭 단품이 아닌 맡김차림 형태로, 소설집으로 한 권을 잡솨보시길 권한다. 한 번 맛을 보면 당신은 이 작가를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 169층 나무 집
    앤디 그리피스 (지은이), 테리 덴톤 (그림), 신수진 (옮긴이) | 시공주니어 | 2024년 4월 "13층씩 쌓아 올린 <나무 집> 시리즈, 마지막 169층"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무 집> 시리즈가 마침내 최고 높이 169층까지 다다랐다. 이번 <169층 나무 집>에는 어떤 언어든지 다른 언어로 옮길 수 있는 '감자 동력 통번역 기계', 도플갱어가 나오는 '요술 거울 방', 언제든지 어떤 날씨든지 만들어 내는 '전천후 기상 돔' 등, 현실에도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특이한 방과 기계들이 잔뜩 등장하여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특히, 이번 편에는 앤디와 테리, 그리고 질 세 인물의 도플갱어 '안티 앤디', '흑화 테리', '지저분 질'이라는 인물도 등장하여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테리의 실수로 '전천후 기상 돔' 문이 열리면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들을 시작으로, (또) 테리 때문에 요술 거울의 덮개가 벗겨지는 바람에 도플갱어들이 튀어나와 벌어지는 이런저런 일들까지, 유쾌하게 펼쳐진다.

    현재 우리 앞에 직면한 기상 위기 문제를 이번 책에서 다뤄 생각할 거리도 던진다. 시리즈의 첫 권 <13층 나무 집> 출간 이후, 13층씩 놀라운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이야기의 마지막 권 출간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제부터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나무 집을 쌓아 올릴 차례다. 각자의 상상력과 방식으로, 더 더 높이.

  • 몰입 확장판
    황농문 (지은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왜 다시 '몰입'인가?"

    텅 빈 어느 사무실, 홀로 켜진 스탠드 아래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한 사람. 풀어헤친 넥타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셔츠, 돌돌 걷어 올린 소매, 초췌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걸 느끼고 나서야 지금이 언제인지 자각하고는 한마디 내뱉는다. "벌써 아침이군." 드라마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이 장면은 주인공의 멋진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겠지만, 여기서 나는 다른 부분에 주목해 본다. 바로 '몰입'. 나의 하루를 돌아봤을 때, 몰입의 순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되뇌어 보며, 드라마 속 주인공을 꿈꿔 본다.

    17년 연속 최장기 베스트셀러의 귀환!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자기계발의 명저 <몰입>이 전면 개정되어 돌아왔다. 단순히 분량을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고,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초판의 내용을 전면 업그레이드했다. 이번 확장판에서는 몰입의 기적을 체험한 사례들을 대폭 추가했고, 비약적으로 발전한 뇌과학의 성과들을 반영해 기존의 설명들 또한 상당 부분 보강했다. 특히 저자의 오랜 숙원이었던 몰입에 이르는 단계를 전면 수정해 수록했으며, 몰입의 종류를 약한 몰입과 강한 몰입으로 나눴고 더 상세하게 몰입을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고 변화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편리함을 얻는 대신 집중력을 빼앗겼는데, 저자는 몰입이야말로 집중력을 회복하고 정서적으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17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된 이유를 설명한다. 김미경, 정희원, 이윤규가 강력 추천했다.

5.142024
  • 숙론
    최재천 (지은이) | 김영사 | 2024년 5월 "최재천 교수가 9년간 집필한 역작"

    인간사, 불통의 문제가 왜 이리 심각할까? 동물행동학자로서 평생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며 인간 사이의 불통을 고민해온 최재천 교수는 답한다.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고. 전제가 바뀌면 판이 뒤집어진다. 불통이 문제가 아니라 디폴트라면, 불통에 대한 대응은 문제점을 제거하는 방향이 아니라 함께 나은 길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이유로 포기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모든 일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높은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더 나은 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을 깊이 고민해온 최재천 교수가 내놓은 대답이다.

    그의 이번 키워드는 '숙론'이다. 숙론은 말로 싸워서 이겨야 한다는 뉘앙스가 묻어 변질된 '토론'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다. 숙론은 상대를 제압하지 않는다. 숙론은 '무엇이 옳은가?'를 함께 찾는 과정이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 숙론이 필요한 이유와 바람직한 숙론 예시,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이끌었던 숙론 현장과 원활한 숙론 진행을 위한 구체적 방법 하나하나까지 모두 정리하여 책에 담았다. 우리가 기어코 노력하여 서로 듣고 알고 대화에 성공할 때, 한국 사회는 분열을 봉합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이 다시 던지는 화두, '숙론'의 열풍이 한국 사회를 뜨겁게 휩쓸길 바라며 책을 추천한다.

  • 기억나요?
    시드니 스미스 (지은이), 김지은 (옮긴이) | 책읽는곰 | 2024년 5월 "2024 안데르센상 수상, 시드니 스미스 신작"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할머니의 뜰에서>로 국내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시드니 스미스의 신작. 자전적인 이야길 담아 독자들에게 매번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하였던 그는 이번에도 본인의 어머니께 이 책을 헌사한다.

    아이는 침대에 누워 엄마에게 함께 보냈던 시간이 기억나느냐 묻는다. 세 식구가 들판으로 나들이를 갔던 날, 자전거를 배우다 건초 더미 위로 넘어진 날, 폭풍이 몰아쳐 할아버지의 낡은 석유등을 썼던 날...

    기억이 나냐는 물음은 기억하고 싶단 뜻이기도 하다. 새 도시, 짐이 정리되지 않은 새집에서 맞이하는 낯선 아침. 원치 않는 변화로 인한 불안은 햇살에 맡기고 엄마와 곤히 잠이 든다.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일들이 두렵지 만은 않을 것이다.

  • 웨하스 소년
    이유리 (지은이) | 마음산책 | 2024년 5월 "사랑으로 가득한 이유리 월드"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의 짧은 소설 속 세계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다시 말해 고통으로 가득하기도 하다. 세계로 진입하는 문(역, 터미널, 톨게이트, 웜홀 그 무엇이어도 좋을 자리)에 작가의 말이 놓여있다. '캔 속의 존재'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삶은 사랑으로 가득하지만, 사랑은 곧 동량의 고통이기도 하지. 너는 많은 것을 갖지만 네가 가진 것들은 널 수시로 괴롭힐 거야. 너는 아름답지만 네 추한 마음을 가릴 수 있을 만큼 사랑스럽지는 않고......." (9쪽)

    첫 소설 <가꾸는 이의 즐거움>으로 입장해본다. 봄을 맞아 '행꾸'(행성 가꾸기)를 즐기는 외계 소비자에게 '조그맣고 귀여운 푸른얼음 덩어리'를 판매한 가게 주인은 이 '지구'라는 것의 장점(새파란 표면과 흰색 무늬가 아름다움)과 주의점 (표면에 작은 미생물이 생길 수 있음)을 함께 알려주었다. 공룡처럼 크게 해롭지 않은 미생물이 생길 때도 있지만 인간처럼 '지독한 것들'이 생기면 수습이 어렵다. 어떤 지구에서 인간은 '인류싹싹'으로 해결해야 할, 책에 핀 곰팡이 같은 지독한 것들이다.

    우리가 사는 이 작은 유리알 말고도 다른 유리알이 몇 개 더 있다면 그 유리알에서는 '이유리 월드'의 사건들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랜덤으로 무드를 구독하는 '투데이즈무드' 서비스가 유행하는 유리알이나, 추억으로 실타래를 뽑아 스웨터를 짜는 '시간 뜨개질'이 유행하는 유리알, 보석 모기에게 즐거웠던 기억을 흡혈당하는 '보석 모기'가 날아다니는 유리알. 유리알을 굴리듯 들여다보고 싶은 반짝이는 세계. 멀리 보고 비틀어 보면 추한 세계도 가끔은 사랑스럽게 보인다.

  • 말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샘 혼 (지은이), 서은경 (옮긴이) | 서삼독 | 2024년 5월 "무례함은 단호함을 이길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종종 보게 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불평하는 사람, 묵묵히 일하는 사람,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사람. 당신은 어느 유형에 속하는가?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회사로부터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정의 온도차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묵묵히 일했더니 업무량이 늘었다거나, 불평을 했더니 업무량에 변화가 생겼다거나... 사실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어느 누구든 불평과 묵묵함의 경계에서 업무에 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회사든, 개인이든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참기만 하면 답답한 상황은 영원히 계속된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의 저자 샘 혼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말하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로 돌아왔다. 갈수록 무례해지고, 불편한 대화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시대, 저자는 이상적이고 두루뭉술한 조언은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유용한 조언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화법은 싸워서 이기는 대화나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하는 대화법이 아니다. 단호하지만 간단한 한마디 말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상대의 날카로운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대화법이다. 사실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다. 인간관계의 인생을 내가 생각한 모습대로 분명하게 그려나가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이 될 것이다.

5.172024
  • 유전자 지배 사회
    최정균 (지은이) | 동아시아 | 2024년 4월 "김상욱, 정재승 강력 추천"

    결혼 상대의 선택과 임신, 출산의 과정에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오로지 마음의 속삭임과 이성의 결정에 따랐다고만 생각한 선택들인데 그 배후엔 항상 마음과 이성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유전자의 조종 범위가 실은 사랑과 혐오라는 일차원적 감정의 영역을 넘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까지 닿는다면 어떨까? 지금부터는 조금 심각하고 섬뜩해진다.

    이 책은 오래 묵어왔고 여전히 가장 문제인 여러 사회 문제들, 이를테면 불평등한 경제, 혐오 정치, 착취 사회, 능력주의 문화 등을 유전자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유전자가 인간에게 심은 생존 본능과 번식 본능은 어떻게 사회문제들로 이어지는가? 책은 수많은 최신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거침없이 정면돌파한다. 저자는 직선적 태도와 흔들림 없는 문체로 과학이 해석하는 사회를 흡입력 있게 들려준다. 이기적 유전자, 그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바라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욱 교수가 "한마디로 진짜가 나타났다."는 말로 강력 추천했다.

  •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 (검은 사제들 - 사바하 - 파묘)
    장재현 (지은이) | 유선사 | 2024년 5월 하나의 장르가 된 ‘장재현 오컬트’

    '파묘들다'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만큼 큰 돌풍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은 영화 '파묘'로 단숨에 하나의 브랜드가 된 '장재현 오컬트'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각본집이 출간되었다. <오컬트 3부작 : 장재현 각본집>은 오컬트 장르 최초로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하며 대중의 호응을 끌어낸 '파묘'를 비롯해, 신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슬픔을 그린 2019년 작 '사바하', 한국형 가톨릭 엑소시즘으로 꼽히는 2015년 작 '검은 사제들'의 각본을 담았다.

    혼령, 정령, 종교, 퇴마, 무속 등 실체 없는 현상에 끊임없는 상상과 정의를 써 내려간 세 작품은 무언가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 상처를 선명히 보여준다. 직접 각본을 집필하기로 유명한 장재현 감독은 이 각본집을 통해 본인의 세계관을 한눈에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부터 역사적 담론까지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곱씹도록 한다. 이미 영화의 매료된 이들에게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대사와 지문을 만나는 재미와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를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도종환 (지은이) | 창비 | 2024년 5월 " 등단 40년, 시인 도종환이 맞이할 정오"

    1974년부터 2024년까지 500권의 시집을 출간한 창비시선이 새로운 50년을 기대하게 하는 501번 시집을 출간했다. <접시꽃 당신> 등의 밀리언셀러 시집으로 꽃 핀 자리에 놓인 마음을 노래하던 서정시인은 현실정치를 경험하며 날 선 분노의 말을 보았다. 8년 전 <사월 바다>를 바라본 자리에서 겨우 한 걸음을 옮겨 시인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으로 현재를 인식한다.

    내 안의 어두운 나를 차분히 응시하게 하여주소서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부분

    '정오는 밝고 환한 시간입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가장 왕성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간입니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정오에서 지금은 먼데, 이 어둠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다. 베스트셀러의 제목은 대개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법.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2007)라는 도종환의 다감한 위로가 필요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2022)라는 깨달음에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다. 너를 증오하고 배척하는 내 마음의 어두움을 응시하며, 가장 가파른 곳에서 시작한다.

    '가장 가파른 곳에 서서 / 나의 나머지 샘과 바꾸어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것'(<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 부분)

  • 도시의 양육자
    이승훈 (지은이) | 트랙원(track1) | 2024년 5월 "아이와 함께 인생을 현명하게 모험하기"

    서울에서도 핫하다는 곳에 살다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후 가장 놀란 점이 있다. 전에 살던 곳은 20-30대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면 지금 사는 곳에선 유아차와 씽씽이를 훨씬 더 많이 본다. 그제야 아주 오랜만에 미디어 속의 어린이가 아닌 실제 어린이를 만날 수 있었다. 저출생이니 인구 절벽이니 인구 문제는 들끓고 있지만 도시에 어딘가에는 분명 어린이가 살고 있다. 크고 작은 도시에 사는 어린이들은 어떤 유년을 보내고 있을까?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감사상, 청소년 육성 대통령상 수상 등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진 저자는 도시에서 양육을 한다는 것의 의미와 한국에서 어린이를 한 명의 성숙한 시민으로 키워내기 위해 양육자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준다. 양육은 부모로 일컬어지는 양육자 만의 일이 아니라 교사, 학생의 교육 3주체를 넘어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사람들로까지 확대한다. 특히나 학생 스스로가 자신은 돌봄을 받는 타자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주체성이 있음을 인지시키는 부분은 시민으로 성장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점이다. 나아가 자녀가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더라도 "어린이를 부족하고, 불편한 존재"(p.14)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는 5%의 작은 변화로도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 방법들을 담은 이 책이 이 사회에서, 이 도시에서 고군분투할 모든 양육자들에게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