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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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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 화제의 소설가 김기태의 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2024년 드디어 출격하는 김기태 첫 소설집. 김기태는 2024년에도 <보편 교양>으로 젊은작가상을, <팍스 아토미카>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문장 웹진 연재 당시 SNS 등에서 화제가 되어 이 소설로 이 작가를 이미 알고 있는 눈 밝은 독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게 될 작가, 김기태의 세태소설이 도착했다.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유구한 2인조의 사례를 굴비 엮듯 엮어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쏜다. 인터내셔널의 설계자 마르크스와 엥겔스, 함께 '위 아 더 월드'를 작곡한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 컨츄리꼬꼬와 다이나믹듀오를 지나 우리가 알게 될 2인조가 있다. 서울 동북부의 한 중학교에서 권진주와 김니콜라이는 사회적배려대상자인 처지가 같아 서로를 알게 됐다. 취약가정에서 자랐고 지금은 마트 직원이 된 권진주와 러시아 이민자 4세대로 태어나 공장 노동자가 된 김니콜라이는 경기도 동남부의 한 도시에서 정착해 성인이 된 후 서로를 자세히 알게 된다. 가성비 좋은 식당을 다니고, 펭수 이모티콘을 주고 받으며, '좀 치네?', '오히려 좋아' 같은 동시대의 말을 쓰는 이 사람들도 인터내셔널의 설계자들만큼이나 천상천하유아독존인 독보적인 2인조라는 것을 납득할 때 즈음, 희미하지만 분명한 빛이 뭉클하게 새어 들어온다. 어떤 코미디에는 웃을 수 없다. 강자를 놀리는 건 풍자지만 약자를 조롱하는 건 폭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표준에서 벗어난 외모, 소외된 거주지, 특이한 취향 등을 이유로 놀림받을 때 그 웃음소리들 사이에서 표정을 굳히는 당신이라면, 꼭 나처럼 '입미진오'(입가에 미세한 진동도 오지 않는다의 줄임말)인 사람과 눈이 마주치길 기다린 당신이라면 반드시 이 소설의 개그 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에 스스로 출연한 사랑스러운 여성 '맹희'의 롹스피릿이 가득한 <롤링 선더 러브>와 외국소설의 기척이 느껴지는 소설 <전조등>등 각 작품 간 간격이 다채로워 꼭 단품이 아닌 맡김차림 형태로, 소설집으로 한 권을 잡솨보시길 권한다. 한 번 맛을 보면 당신은 이 작가를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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