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 : 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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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시만 쓰고 살 수 있는 세상을

2024년 여정을 시작한 '타이피스트 시인선'의 003번으로 조성래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총 6부로 구성된 차례의 지명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인도 - 창원 - 순천 - 부천 - 미지 - 변명을 주제로 시가 엮여있는데요, 2,3,4부의 도시들은 시인이 노동하며 거쳐온 장소들이라고 합니다. 이시인은 '매일 아침 여섯 시, 생활을 꾸려 나가기 위해 통근 버스를 타고' 출근합니다. 지긋지긋한 생활을 멈추지 않듯 맨몸으로 시간을 맞으며 시를 씁니다. 공간감이 선명한 만큼 시가 묘사하는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입을 닫은 채 통근버스에 오른 사람의 얼굴을 본 것 같습니다. + 더 보기

46쪽 : 그러다가 문득
네가 함께 먹은 술갑승로 보내 놓은
삼만 원 돈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치자

요 며칠간 그것을 어떻게 살뜰히 쓸가 고민 속에 빠져들고 그리고 또
이것을 어떻게 하면 시로 잘 써볼 수 있을지 따위의
생각들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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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들은 수능 0세대, 75년생 동년배 여성입니다. "살찌는 거야 일도 아니지"(15쪽) 현재를 굳이 거스르려 하지 않는 태도가 느껴져 이 대사부터 이 소설의 인물들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인물들의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라 이런 태도, 어려움을 어려운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 난주나 정은, 미경이 처음부터 ‘그렇게 그런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동거렸을 테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려 아등바등 쩔쩔맸을 겁니다. 혹은 어쩌지 못하는 걸 삭이느라 끝내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시절의 일입니다. 오십 년, 쉰 살이란 세계는 대적해 맞서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뒹굴고 같이 굴러가야 탈이 안 난다는 걸 저절로 알게 되는 시간, 내 스스로가 바로 그 세계라는 걸 익히 깨달은 나이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런대로’ 사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닫지 않았을까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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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저는 위키 미제사건 문서에 정리되었을 법한 이상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동진 평론가가 4월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한 (영상 링크) <컬트>를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데요 찰스 맨슨 패밀리(이 이야기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영화로 만들기도 했지요), 짐 존스와 인민사원 등 (이 얘기를 소재로 한 일본 추리소설 <명탐정의 제물>도 재밌습니다. ) 이미 창작물로 여러 번 재가공 소개되기도 한 컬트 집단들을 번성과 몰락의 역사로 들여다보며 세뇌와 조종이라는 '컬트'의 공통적인 원리를 훑는 책입니다.

제28회 한겨레문학상을 2023년에 수상한 김희재의 소설 <탱크>도 이런 컬트적인 믿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탱크의 시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탱크라는 이름의 컨테이너에서 아래 기도문 외우며 울고 기도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우리는 꿈의 미래를 안으로 끌어온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 (11쪽)

짐 존스 같은 컬트 지도자는 '간절하고 외로운 영혼들을 골라내는' 장소로 종교집단을 선택했습니다. 컬트 지도자들은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 상실과 애도, 강박적인 환경과 실패 등을 이유로 약해진 마음을 알아보고 그 마음에 올가미를 씌웁니다. 지푸라기라도 쥐고 믿고 싶은 그 약한 마음들에 대해 생각하노라면 소설이 묘사한 공기가 희박한 컨테이너 박스 속에 꼭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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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안녕하세요, 읻다 출판사의 편집자 김소띠입니다. 네, 소띠라서 김소띠입니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제가 오늘 소개할 책의 작가님도 소띠입니다. 어쩌면 소설의 주인공 ‘메리 소이’도 소띠일지도 모르겠네요. 소띠들이 함께 일군 《메리 소이 이야기》가 어떤 책일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어린이책 편집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 문학책을 만들게 되었지만, 몇 년간은 퇴근 후에 꾸준히 동화와 그림책을 읽었고, 어린이책 세미나에도 틈틈이 참여했었습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얘기인데요, 한 출판사에서 주최한 한 세미나에서의 일이 기억납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무턱대고 손을 들어 앞에 있는 세 명의 작가 중 한 명에게 이렇게 물었었죠. “송미경 작가님, 왜 소설은 안 쓰시나요?”라고요. 당황한 얼굴의 어린이책 관계자들을 뒤로한 채 저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작가님의 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작가님의 소설을 읽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라고요. 그리고, 10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정말 그런 날이 왔습니다. 동화 작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송미경 작가의 첫 소설을 만들게 된 거지요. 심지어 읻다에서 나온 첫 한국 소설이랍니다. (속닥속닥. 조우리, 조현아, 박해울, 애매 동인, 서수진 작가의 소설이 여름까지 연이어 나올 예정입니다. 속닥속닥.)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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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에서 시작되는

신작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를 출간한 김이설 작가의 소설과 함께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해 봅니다. 두 소설 모두 분량이 길지 않아 마음이 부대낄 때도 손에 쥐어볼 만합니다. '소설, 향' 시리즈로 출간된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은 '시를 쓰고 싶어'라는 오랜 꿈을 동생에게 고백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가정적 의무에 갇힌 인간이 자기 문장을 실마리 삼아 이 미로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는 필사라는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구의 증명>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은 '핀 시리즈'로 출간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잘못 배달된 편지를 쥔 태희는 그 편지에 대한 답신으로 무작정 자기 상처를 적어내려갑니다. 제대로 배달되지 않을 편지기에 오히려 정직할 수 있었습니다. 써내려가는 손과 함께 그는 '아무도 내가 될 수 없고 나도 남이 될 수 없다. 내가 될 수 있는 건 나뿐이다.'라는 깨달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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